웹서비스의 뼈대를 구성하는 IA 설계, 그 안에 숨겨진 규칙과 유연성
서비스를 만들고자 하는 초보 기획자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벽은 바로 IA(Information Architecture)입니다. 복잡한 서비스의 구조를 체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때로는 큰 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일전, 한 주니어 기획자가 다가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선배님, IA 설계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룰이 있나요? 어떤 책에서는 이렇게 하라고 하고, 다른 책에서는 저렇게 하라고 해서 혼란스러워요."
이 질문에 단순히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말해주기 어려웠습니다. IA 설계에는 기본 원칙이 있지만, 서비스의 성격과 목적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죠.
IA 설계의 기본 룰: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들
IA 설계에 있어 '절대적인 룰'이라는 것은 사실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업계에서 검증되고 수많은 서비스에 적용되며 '기본'으로 자리잡은 원칙들이 있습니다.
1. 사용자 중심의 구조화
IA의 가장 기본이 되는 룰은 '사용자 중심'입니다. 아무리 체계적인 구조라도 사용자가 이해하기 어렵다면 좋은 IA라고 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쇼핑몰 서비스를 구축할 때 운영자 관점에서는 '상품 관리' 카테고리에 모든 상품 관련 기능을 넣는 것이 편할 수 있지만, 사용자 관점에서는 '여성의류', '남성의류', '아동의류'와 같이 실생활에서 쉽게 인지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2. 깊이(Depth)의 원칙 - 3~4단계 이내로
유저가 원하는 정보에 도달하기까지 너무 많은 클릭을 요구하면 사용자 경험이 저하됩니다. 일반적으로 홈에서 시작해 3~4번의 클릭 내에 대부분의 콘텐츠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희 팀에서 대형 포털 사이트의 서비스를 리뉴얼했을 때, 기존 5단계였던 카테고리 깊이를 3단계로 줄이고 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했더니, 사용자 만족도가 크게 향상된 경험이 있습니다.
3. 명확한 레이블링
메뉴명이나 카테고리명은 직관적이고 명확해야 합니다. '기타'나 '미분류'와 같은 모호한 레이블은 가능한 피해야 합니다. 한 스타트업 서비스에서 '더 보기'라는 메뉴에 중요한 기능들을 숨겨놓았다가, 사용자들이 그 기능을 발견하지 못해 사용률이 낮았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4. 일관성 유지
동일한 레벨의 카테고리는 일관된 네이밍 규칙과 구조를 가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1단계 메뉴가 모두 명사형('상품', '주문', '마이페이지')으로 통일되었다면, 갑자기 동사형('검색하기')이 섞이면 사용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선택적 룰: 서비스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하기
기본 룰이 있다면, 서비스의 특성과 목적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선택적 룰'도 있습니다.
1. 카테고리 분류 방식
카테고리를 어떻게 분류할 것인가는 서비스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 주제별 분류: 뉴스 사이트처럼 '정치', '경제', '사회' 등으로 분류
- 대상자별 분류: 교육 사이트에서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분류
- 프로세스별 분류: 쇼핑몰에서 '장바구니', '주문', '결제', '배송'으로 분류
한 여행 서비스를 기획할 때, 처음에는 '국내여행', '해외여행'으로 대분류했다가, 사용자 리서치 결과 '테마별 여행', '계절별 여행'이 더 사용자의 니즈에 맞는다는 것을 발견하고 구조를 변경한 경험이 있습니다.
2. 네비게이션 유형
- 글로벌 네비게이션: 모든 페이지에서 접근 가능한 최상위 메뉴
- 로컬 네비게이션: 특정 섹션 내에서만 나타나는 서브 메뉴
- 유틸리티 네비게이션: 로그인, 회원가입 등 보조적 기능
- 컨텍스트 네비게이션: 현재 콘텐츠와 관련된 추천 링크
이러한 네비게이션 유형을 어떻게 조합할지는 서비스의 복잡도와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모바일 앱에서는 공간 제약으로 인해 글로벌 네비게이션만 남기고 나머지는 햄버거 메뉴 안에 숨기는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정보 탐색이 중요한 웹사이트에서는 다양한 네비게이션 유형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정보 구조의 형태
- 계층형 구조(Hierarchy): 트리 형태로 정보가 세분화되는 구조
- 순차형 구조(Sequential): 단계별로 진행되는 구조 (회원가입 프로세스 등)
- 웹형 구조(Web-like): 정보 간의 연결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구조
- 매트릭스형 구조(Matrix): 다양한 필터링 옵션으로 정보에 접근하는 구조
한 대학교 홈페이지를 기획할 때, 학과정보는 계층형으로, 입학 프로세스는 순차형으로, 연구 성과는 웹형으로, 그리고 교수진 소개는 매트릭스형으로 설계하여 각 정보의 특성에 맞는 구조를 적용했던 사례가 있습니다. 특히 APP의 경우는 순차형 구조의 역할이 큽니다.
IA 설계 시 고려해야 할 실무적 팁
1. 경쟁사 벤치마킹은 참고만, 맹목적 따라하기는 금물
경쟁사의 IA를 분석하는 것은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지만, 그들의 구조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각 서비스마다 고유한 목적과 사용자 그룹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 커머스 앱 기획 시, 경쟁사의 복잡한 카테고리 구조를 그대로 적용했다가 사용자 테스트에서 혹평을 받아 처음부터 다시 설계했던 아픈 경험이 있습니다.
2. 사용자 테스트는 필수
카드 소팅, 트리 테스트, 사용성 테스트 등 다양한 방법으로 IA의 효율성을 검증해야 합니다. 저희 팀은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항상 최소 5명 이상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IA 검증을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획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용자의 멘탈 모델을 발견하곤 합니다.
3. 유연성 확보
서비스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장하고 변화합니다. 초기에 IA를 설계할 때 향후 확장 가능성을 고려하여 유연한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 콘텐츠 플랫폼을 기획할 때, 초기에는 텍스트 위주의 콘텐츠만 고려했다가 후에 영상, 오디오 등 다양한 포맷을 추가하면서 IA를 크게 수정해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4. 검색 기능의 중요성
아무리 완벽한 IA를 설계하더라도, 일부 사용자는 메뉴 탐색보다 검색을 선호합니다. 강력한 검색 기능은 IA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안전망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한 대형 쇼핑몰 사이트 분석 결과, 사용자의 60% 이상이 카테고리 탐색보다 검색을 통해 원하는 상품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발생하는 IA 설계 딜레마
1. 비즈니스 요구사항 vs 사용자 경험
회사나 클라이언트가 특정 서비스나 기능을 강조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사용자의 멘탈 모델과 맞지 않을 때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데이터와 사용자 리서치 결과를 바탕으로 설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금융 앱 프로젝트에서 클라이언트는 신규 상품을 메인 메뉴에 배치하길 원했지만, 사용자 테스트 결과 사용자들은 해당 메뉴를 '내 계좌' 하위에서 찾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설득한 경험이 있습니다.
2. 모바일과 웹의 일관성 vs 각 채널의 최적화
크로스 플랫폼 서비스에서는 일관된 IA를 유지할 것인지, 각 플랫폼의 특성에 맞게 최적화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이상적으로는 핵심 구조는 유지하면서 디테일한 부분에서 각 플랫폼에 최적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희 팀에서 개발한 한 O2O 서비스는 웹과 모바일에서 동일한 메뉴 구조를 유지하되, 모바일에서는 위치 기반 기능을 더 강조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3. 기존 IA의 리뉴얼 vs 완전히 새로운 IA
기존 서비스를 리뉴얼할 때는 사용자들이 이미 익숙한 구조를 얼마나 바꿀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급격한 변화는 기존 사용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지만, 때로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한 유명 포털사이트의 서브 서비스를 리뉴얼할 때, 점진적 변화와 교육을 통해 사용자들이 새로운 구조에 적응할 수 있도록 했던 방법이 효과적이었습니다.
IA 설계는 정확한 공식이나 확고한 룰보다는 사용자와 비즈니스의 니즈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본 원칙을 이해하되, 각 서비스의 고유한 특성과 목표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서비스 기획자로서 우리의 역할은 때로는 엄격한 규칙을 따르고, 때로는 그 규칙을 창의적으로 깨뜨리며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요? 완벽한 IA는 없지만, 사용자에게 가장 직관적이고 효율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IA가 바로 좋은 IA라고 생각합니다.
자, 이제 여러분만의 IA 설계를 시작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서비스의 특성에 맞는 유연한 접근으로 사용자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구조를 만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Jay Kim
웹/앱 서비스기획 26년차
현대경제연구원 IT분야 전문 컨설턴트
프로필 http://bit.ly/3E1OGQB
프로젝트 문의: mailside@gmail.com (카카오톡, 지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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