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서비스 기획의 본질, 불확실성 속에서 찾은 길
앱 개발 기획이 확실성을 기반으로 한다면, 앱 서비스 기획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다루는 영역입니다.
일상에서는 ‘앱’과 ‘앱 서비스’를 구분 없이 쓰곤 하지만, 기획의 세계에서는 이 둘이 완전히 다른 접근을 요구합니다. 이 구분이 일상 용어를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게 아니라, 실무에서 놓쳐선 안 될 중요한 차이점이라는 뜻입니다. 수많은 프로젝트를 겪으며 얻은 경험을 통해, 이 차이와 그 의미를 풀어보려 합니다.
불확실성의 시작: 서비스 가설이라는 첫걸음
앱 서비스 기획은 ‘기능’이 아닌 ‘서비스’ 자체에 뿌리를 둡니다. 그래서인지 앱 개발과 달리, ‘서비스 가설’을 세우는 과정이 필수로 자리 잡고 있죠. 이 가설은 기획의 첫 단추로, 이후 모든 단계를 이끄는 기반이 됩니다.
한 번은 새로운 쇼핑 서비스를 기획하며 “사용자는 편리한 검색보다 빠른 결제를 더 원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던 적이 있습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소규모 테스트를 했는데, 결과는 반대였어요. 검색 과정에서의 불편함이 더 큰 문제였죠. 가설이 틀렸지만, 이 과정을 통해 사용자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방향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가설은 검증된 사실이 아니라 가정에서 시작하며, 불확실성을 안고 수정되며 성장한다는 걸 현장에서 깨달았습니다.
이 과정은 앱 개발 기획과 확연히 다릅니다. 앱 개발은 명확한 스펙을 구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서비스 기획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가치를 상상하고 검증하는 여정이에요. 불확실성이 핵심인 만큼, 가설을 두려워하기보다 실험으로 다듬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시간의 흐름이 만든 차이
앱 서비스 기획은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라 장기적인 로드맵을 그리는 작업입니다. 앱 개발 기획이 1~2년 안에 결과를 내야 한다면, 서비스 기획은 최소 10년, 때로는 20년 이상을 내다봅니다.
예를 들어, 한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기획할 때, 초기에는 간단한 계좌 조회 기능에 집중했지만, 장기적으로는 AI 기반 자산 관리까지 염두에 뒀습니다. 2년 뒤 시장은 예상대로 AI 금융 서비스로 이동했고, 미리 준비한 덕에 경쟁에서 앞설 수 있었죠. 반면, 단기 성과에만 치중했던 다른 서비스는 뒤늦게 트렌드를 쫓느라 고전했습니다. 시간 범위가 길어질수록 사용자 행동, 기술 환경, 경쟁 구도 모두 불확실해진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이 차이는 기획자의 시야를 결정합니다. 단기적으로 안정적인 사용 패턴도 10년 뒤에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어요. 그러니 서비스 기획자는 미래를 예측하려 애쓰기보다, 변화에 맞춰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한 설계를 고민해야 합니다.
무형의 가치가 던지는 도전
앱 개발은 ‘코드’라는 유형의 결과물을 다룹니다. 반면, 앱 서비스 기획은 ‘서비스’라는 무형의 가치를 대상으로 하죠. 서비스는 사용자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손에 잡히지 않는 존재입니다.
한번은 동일한 앱을 두고 사용자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린 적이 있습니다. 어떤 이는 “너무 직관적이다”라고 칭찬했지만, 다른 이는 “복잡해서 못 쓰겠다”고 불평했죠. 똑같은 UI와 기능이었는데도 말이죠. 이는 서비스의 무형성 때문입니다. 사용자의 경험은 개인마다 다르게 형성되니, 기획자는 이를 예측하고 조율해야 합니다. 무형의 가치를 다루는 일은 또 다른 불확실성을 낳지만, 그만큼 사용자의 삶에 깊이 들어갈 기회라는 걸 배웠습니다.
이 차이는 접근법을 바꿔놓습니다. 앱 개발은 명세서대로 결과물을 만들면 끝이지만, 서비스 기획은 사용자와의 관계를 설계하는 복합적인 과정이에요. 단순히 화면을 그리기보다, 그 뒤에 숨은 경험을 상상하는 작업이죠.
벤치마킹의 함정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참고할 만한 사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경쟁사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오히려 혼란을 키울 때가 많아요.
가령, GS가 쇼핑 앱 통합 프로젝트를 한다고 해봅시다. 롯데온이나 SSG를 들여다보며 영감을 얻으려 할 수 있죠. 하지만 GS의 고객층은 롯데나 이마트와 다르고, 그들의 행동 패턴과 기대도 다릅니다. 롯데온이 자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색 알고리즘을 최적화했다면, GS 사용자에게는 그게 오히려 불편할 수 있어요. 한 프로젝트에서 경쟁사의 UI를 참고해 적용했다가 사용자 불만이 늘어난 적이 있습니다. 결국 GS만의 데이터를 분석해 방향을 재조정했죠. 겉모습은 비슷해 보여도, 서비스의 본질은 각기 다르다는 걸 현장에서 느꼈습니다.
벤치마킹은 아이디어를 얻는 데는 유용하지만, 맹목적으로 따라 하면 고유성을 잃습니다. 불확실성 속에서는 자기 데이터와 직관에 더 의지해야 해요.
불확실성을 다루는 힘
전통적인 분석과 계획만으로는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기 어렵습니다. 모호한 환경에서도 길을 찾고 가치를 만들어낼 역량이 필요하죠.
한번은 모빌리티 서비스를 기획하며 사용자 니즈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 부딪혔습니다. 팀은 혼란에 빠졌지만, 문제를 쪼개 “이동 시간 단축”과 “비용 절감” 두 가지로 정의하고, 각각 가설을 세워 테스트했어요. 결과적으로 비용 절감이 더 큰 동기라는 걸 발견했고, 그 방향으로 서비스를 키웠습니다.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력이 불확실성을 기회로 바꾼 사례였죠.
서비스 기획자에게는 분석력 같은 기본 역량 위에, 모호함을 다루는 힘이 더해져야 합니다. 앱 개발은 요구사항을 구현하는 데 집중하지만, 서비스 기획은 미래 가치를 상상하고 현실로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불확실성과 함께 걷는 길
앱 서비스 기획은 고정된 계획을 따르는 게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를 내다보며 가치를 창조하는 여정입니다. 한 프로젝트에서 초기 가설이 계속 틀리자 팀이 좌절했지만, 매번 수정하며 사용자 반응을 확인한 끝에 성공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냈습니다. 불확실성을 두려워하기보다, 이를 창의적 도구로 삼았던 경험이었죠.
고정된 명세서 대신 유연한 가설을 세우고, 끊임없이 검증하며 진화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한 기능 설계가 아니라, 사용자와의 장기적 관계를 만드는 작업이에요.
결국 서비스 기획의 가치는 코드나 화면이 아니라, 사용자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경험을 창출하는 데 있다는 걸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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