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 경력, 핵심은 미래를 대비하는 통찰력

프로젝트 인력을 구성할 때 '경력자 우대'는 거의 모든 채용 공고에서 볼 수 있는 문구입니다. 특히 서비스 기획 분야에서는 이 경향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하지만 정말 경력과 경험이 많다는 것이 좋은 기획을 보장하는 걸까요? 실무에서 10년 이상 다양한 기획자들과 일하며 때로는 놀랍고 때로는 당혹스러운 상황을 많이 목격했습니다. 경력 15년차라는 기획자가 기본적인 서비스 설계도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며, 또 반대로 경력 2년차 기획자가 놀라운 통찰력으로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끄는 모습을 보며 늘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런 현상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왜 IT 업계에서는 다른 산업과 달리 '경력'이라는 지표가 실제 실력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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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과 경험, 그 이면의 진실

채용 담당자들이 경력과 경험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기획 능력을 직접 측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개발자는 코드를, 디자이너는 포트폴리오를 보여줄 수 있지만, 기획자의 능력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기획 문서는 회사 기밀이라 외부에 공개하기 어렵고, 설령 공개한다 해도 그 문서가 온전히 해당 기획자의 능력만으로 완성된 것인지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러한 측정의 어려움 때문에 우리는 대리 지표(proxy)를 찾게 됩니다. 그리고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표가 바로 '경력'과 '경험'입니다. "이 사람은 유사한 프로젝트를 5번 했으니 잘 할 것이다"라는 단순한 논리로 판단하게 되는 것이죠.

 

흥미로운 점은 테슬라, 페이스북, 애플 같은 혁신적인 기업들의 창업자들이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에게는 풍부한 '경력'이 없었지만, 산업을 바꾸는 혁신을 이끌어냈습니다. 이는 IT 분야에서 경력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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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의 함정: '관상용 경력'

실무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현상 중 하나는 프로필이나 이력서는 화려하지만 실제 업무 수행 능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기획자들입니다. 이들은 프로필에 거창한 프로젝트 경험을 나열하지만, 실제 대화를 나눠보면 해당 프로젝트의 핵심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금융 앱 개편 프로젝트에서 만난 10년 경력의 기획자는 이전에 유사한 금융 서비스 경험이 많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기획 과정에서 사용자 여정 설계나 서비스 흐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했고, 결국 프로젝트 중간에 다른 기획자로 교체해야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주로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했을 뿐, 실제 서비스 기획에는 깊이 관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런 경우를 저는 '관상용 경력'이라고 부릅니다. 보디빌더 중에는 근육은 멋지게 발달했지만 실제 운동 능력은 뛰어나지 않은 '관상용 근육'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력서에는 화려한 경력이 있지만 실제 기획 능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관상용 경력'을 가진 기획자들이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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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프로젝트와 스타트업의 차이

흥미로운 현상 중 하나는 대기업이나 정부 주도 프로젝트와 스타트업/빅테크 기업 간의 인재 채용 경향 차이입니다. 대기업 프로젝트에서는 경력과 경험을 매우 중시하는 반면, 많은 스타트업이나 빅테크 기업은 상대적으로 경력이 적은 인재들도 적극적으로 채용합니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책임과 위험의 구조 때문입니다. 대기업이나 정부 프로젝트에서는 의사결정자가 실패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안전한' 선택을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력이 많은 기획자를 선택하면, 나중에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우리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라고 변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스타트업이나 빅테크 기업은 실패의 책임을 더 직접적으로 감수합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서류상의 경력이 아니라 실제 성과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경력보다는 사고방식, 문제 해결 능력, 학습 속도 같은 요소를 더 중요하게 평가합니다.

 

한 유니콘 스타트업의 인사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10년 경력의 기획자보다, 지난 2년 동안 급격한 성장을 보인 기획자를 더 선호합니다.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보다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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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의 진정한 가치: 미래 대응력

인간의 기억 시스템은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주요 목적은 미래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입니다. 마찬가지로 기획자의 경력과 경험도 단순히 과거의 프로젝트 리스트가 아니라, 그 경험을 통해 미래의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경력은 단순한 반복이 아닌 학습과 성장의 과정입니다. 같은 종류의 프로젝트를 10번 했다고 해서 반드시 더 나은 기획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매번 새로운 도전을 통해 학습하고 성장한 경험이 더 가치 있습니다.

 

한 전자상거래 플랫폼 리뉴얼 프로젝트에서 3년 경력의 기획자는 이전에 비슷한 프로젝트 경험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다양한 사용자 리서치 방법을 학습하고 적용하며, 데이터 분석 툴을 독학하여 사용자 행동 패턴을 도출해냈습니다. 그 결과, 예상보다 훨씬 성공적인 리뉴얼을 이끌어냈고, 컨버전 레이트가 35% 상승하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이처럼 진정한 의미의 경력은 '과거에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그 경험을 통해 어떻게 성장했는가'에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도전에 얼마나 잘 대응할 수 있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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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기획자 평가 방법

그렇다면 기획자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경력 연수나 프로젝트 목록을 넘어,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고려해 본다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의견을 내 봅니다.

 

1, 사고 프로세스를 평가합니다. 실제 기획 문제를 제시하고, 그것을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하는지 관찰합니다. 답이 맞는지보다는 문제를 어떻게 분석하고 해결책을 도출하는지가 중요합니다.

 

2, 학습 능력과 적응력을 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IT 환경에서는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빠르게 학습하고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핵심입니다.

 

3, 과거 경험에서의 실질적 역할을 확인합니다. 단순히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사실보다, 어떤 구체적인 역할을 맡아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가 중요합니다.

 

4, 협업 능력을 평가합니다. 기획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전 팀원이나 협업 파트너의 피드백은 매우 가치 있는 정보입니다.

 

5년 경력의 기획자 대신 1년 경력이지만 탁월한 사고력과 학습 능력을 갖춘 기획자를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프로젝트의 성격과 복잡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단순히 경력 연수에 의존하는 것은 큰 기회비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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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의 재정의: 미래를 향한 지표

경력과 경험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의미를 재정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경력은 단순히 시간의 길이나 프로젝트의 수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축적된 통찰력,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미래 대응력입니다.

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수석 기획자는 이렇게, "나에게 경력이란 단순히 내가 얼마나 오래 일했는지가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내가 얼마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얼마나 많이 실패하고 배웠는지의 총합"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경력의 의미가 아닐까요?

 

기획에 있어 경험과 경력이 과거에 갇혀 있다면, 그것은 마치 후방을 주시하며 앞으로 운전하는 것과 같습니다.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경험과 경력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더 명확히 볼 수 있게 해주는 것, 그것이 서비스 기획자에게 필요한 진정한 경력의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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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 Kim 웹/앱 서비스기획 26년차
현대경제연구원 IT분야 전문 컨설턴트
프로필 http://bit.ly/3E1OGQB
프로젝트 문의: mailside@gmail.com (카카오톡, 지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