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웹 기획/03. IA 정보구조 설계

스마트폰 앱과 웹사이트 성과를 결정짓는 보이지 않는 설계

BasicPlan 2025. 6. 7. 13:12

개발이 끝나고 서비스를 출시했는데도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든 적이 있으신가요? 기능도 충분하고 디자인도 깔끔한데, 사용자들의 반응이나 비즈니스 성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 상황 말입니다.

한 스타트업의 배달 앱 개발 프로젝트를 가정해 봅시다. 개발팀은 주문부터 결제까지 모든 기능을 완벽하게 구현했고, 디자인팀은 트렌디한 UI를 만들어냈을 것입니다. 하지만 출시 후 사용자들의 재주문율이 예상보다 낮았고, 고객 문의는 계속 늘어난다면...무엇이 문제일까요?

표면적으로는 기술적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근본적인 부분에서 놓친 것들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로 '서비스 설계'라는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말이죠.


온라인 서비스가 만드는 차이

온라인 서비스 기획은 단순히 앱이나 웹사이트의 화면을 그리는 일이 아닙니다. 사용자가 우리 서비스와 만나는 순간부터 목적을 달성하고 떠나는 순간까지, 그 전체 여정을 의미 있게 설계하는 것입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사용자가 서비스를 통해 경험하게 될 모든 상호작용의 프로세스를 기획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프로세스'라는 단어입니다.

예를 들어 은행 앱에서 적금을 가입하는 상황을 생각해봅시다. 단순히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은 어떤 은행이든 가능합니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경쟁력 있는 금리를 내세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적금 가입 과정 자체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어떤 정보를 언제 입력받을지, 복잡한 약관을 어떻게 이해하기 쉽게 전달할지, 가입 완료 후 어떤 안내를 제공할지 같은 세부적인 프로세스는 은행마다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한 핀테크 회사의 투자 앱 프로젝트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더 다양한 투자 상품'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했지만, 실제 사용자들이 원했던 것은 '투자 결정을 도와주는 과정'이었습니다. 상품의 다양성보다는 복잡한 투자 정보를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 프로세스가 더 중요했던 것이죠.


사용자 만족의 진짜 비밀

사용자가 앱이나 웹사이트에 만족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복합적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기능이나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과 편의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쇼핑몰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같은 제품을 더 저렴하게 판다면 당연히 경쟁력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격을 낮추는 것은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마진을 줄이거나 프로모션을 하면 되니까요.

반면 주문부터 배송까지의 전체 경험을 개선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상품 검색이 얼마나 직관적인지, 결제 과정이 얼마나 간편한지, 배송 상태를 얼마나 투명하게 알려주는지 같은 요소들은 시스템 전반의 설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쿠팡의 로켓배송이나 와우 멤버십 같은 서비스가 강력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히 빠른 배송이 아니라, 주문부터 수령까지의 전체 프로세스를 재설계해서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 것입니다.

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 프로젝트에서는 '더 많은 강의'를 원한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깊이 분석해보니 사용자들이 진짜로 원했던 것은 '학습 목표 달성을 도와주는 체계적인 과정'이었습니다. 강의 수를 늘리는 대신 개인별 학습 진도 관리, 적절한 시점의 복습 알림, 성취도에 따른 다음 단계 추천 같은 서비스 프로세스를 강화했을 때 사용자 만족도와 완주율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적합한 사용자를 찾는 지혜

서비스의 성과를 높이는 또 다른 핵심은 '누구를 위한 서비스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다 보면 결국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서비스가 되기 쉽습니다.

이는 마치 사람 관계와 비슷합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고 자연스럽습니다. 서로 편하고 즐거우니까요. 하지만 나에게 관심이 없거나 거부감을 가진 사람의 마음을 돌리려면 엄청난 에너지와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노력이 항상 결실을 맺는 것도 아니죠.

앱과 웹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서비스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좋아할 가능성이 높은 사용자를 찾아서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온라인 서비스 기획에서는 이를 '서비스 페르소나' 설정을 통해 구현합니다. 우리 서비스를 가장 필요로 하고, 가장 만족할 가능성이 높은 사용자의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보는 것입니다.

한 여행 플래너 앱 개발 프로젝트를 가정해 봅시다. 처음에는 '여행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계획했지만, 서비스 기획 과정에서 더 구체적인 페르소나를 설정했을 것입니다. '계획적이고 효율성을 중시하는 30대 직장인으로, 연차를 활용한 해외여행을 1년에 2-3회 계획하며, 여행 정보 수집과 일정 관리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 같은 식으로 말이죠.

이렇게 명확한 타겟을 설정했을 때, 마케팅 비용은 줄어들고 사용자들의 만족도와 재사용률은 높아질 것입니다. 애초에 우리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작은 차이가 만드는 큰 변화

온라인 서비스 기획의 효과는 때로 즉시 드러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차이는 점점 더 명확해집니다. 사용자 재방문율, 평균 이용 시간, 추천 의향 같은 지표에서 서서히 그 영향이 나타나죠.

한 중고거래 앱의 사례를 생각해봅시다. 기존에는 단순히 상품을 등록하고 거래하는 기능에만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 기획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거래 경험'이라는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프로세스를 재설계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판매자 인증 단계를 간소화하면서도 신뢰도는 높이고, 구매자가 상품 상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표준화된 정보 제공 방식을 도입하고, 거래 후 피드백 과정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흐름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이런 변화들은 각각 작아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사용자가 '이 앱에서 거래하면 안전하고 편하다'는 인식을 갖게 만들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재거래율이 높아지고, 지인 추천도 늘어나며, 장기적으로는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성과의 누적적 힘

온라인 서비스 기획의 진정한 가치는 단기간의 성과보다는 누적되는 효과에서 더 크게 나타납니다.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느끼는 만족감, 신뢰감, 편의성이 쌓여가면서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지고, 이것이 결국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성과를 만들어냅니다.

기능과 디자인은 경쟁자들이 비교적 쉽게 따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 전체의 경험과 프로세스는 그 회사만의 고유한 자산이 됩니다. 사용자들이 '이 서비스는 뭔가 다르다'고 느끼는 순간, 그것이 바로 온라인 서비스 기획이 만들어낸 차별화된 가치인 것입니다.

결국 스마트폰 앱과 웹사이트의 진정한 성과는 화면 너머에 있는 보이지 않는 설계에서 결정됩니다. 사용자의 진짜 니즈를 이해하고, 그들의 여정을 의미 있게 설계하며, 적합한 사용자에게 집중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온라인 서비스 기획이 앱과 웹사이트 성과에 미치는 근본적인 영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Jay Kim 웹/앱 서비스기획 26년차
현대경제연구원 IT분야 전문 컨설턴트
프로필 http://bit.ly/3E1OGQB
프로젝트 문의: mailside@gmail.com (카카오톡, 지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