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것, 그것이 앱이든 웹이든 간에 하나의 여정과도 같습니다.
마치 건축물이 완성되기까지 설계도면, 기초공사, 골조작업 등 여러 단계를 거치듯, 디지털 제품도 사용자의 손에 닿기까지 일련의 체계적인 과정을 통과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넓히는 차원을 넘어,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기업의 의사결정: 왜 앱과 웹 개발이 신중해야 하는가
기업이 앱과 웹 개발을 결정하는 순간, 단순한 기술적 선택을 넘어 상당한 비용과 시간 투자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너무나 자주 보게 되는 실수 중 하나는, 충분한 검토 없이 "우리도 앱이 있어야 해"라는 단순한 이유로 개발을 시작하는 경우입니다.
한 금융 스타트업 프로젝트를 떠올려봅시다. 단순히 경쟁사가 앱을 출시했다는 이유만으로 서둘러 개발을 진행했는데, 결과적으로 사용자 니즈에 맞지 않아 다운로드 수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유지보수 비용만 계속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앱/웹 개발은 단순한 기술적 작업이 아니라 비즈니스 전략의 일부로 접근해야 합니다.
실제로 한 대형 유통기업 프로젝트에서는 앱 개발 전 3개월 동안 비즈니스 모델 검증과 사용자 조사만 진행했고, 그 결과 초기 기획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서비스를 설계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기업에서는 어떤 과정을 통해 앱과 웹을 개발하게 될까요?
앱과 웹 개발의 단계별 여정
일반적인 기업의 앱/웹 개발 과정은 크게 BM(Business Model), BA(Business Architecture), 그리고 기술 설계(TA, DA, AA, IA) 및 개발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과 같습니다. 큰 그림(BM)을 먼저 정하고, 세부 조각들(BA, 기술 설계, 개발)을 하나씩 맞춰나가는 과정입니다.
한 헬스케어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에서는 이러한 단계를 철저히 밟아나갔습니다. 특히 BM에서 "사용자의 건강 데이터 수집을 통한 맞춤형 건강 관리"라는 핵심 가치를 정립한 후, BA에서 데이터 수집-분석-피드백의 순환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이것이 이후 기술 설계의 근간이 되어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각 단계는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치 건축에서 설계도 없이 기초공사를 할 수 없듯이, BM 없는 BA는 방향성을 잃기 쉽고, BA 없는 기술 설계는 비즈니스 목표와 동떨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BM과 BA: 디지털 제품의 기초를 다지다
**BM(Business Model)**은 해당 앱/웹을 통해 어떻게 가치를 창출하고 수익을 낼 것인가에 대한 사업 디자인입니다.
마치 건축물의 용도를 결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주거용 건물을 지을지, 상업용 건물을 지을지에 따라 이후 모든 설계가 달라지듯, BM에 따라 앱/웹의 방향성이 결정됩니다.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 리뉴얼 프로젝트를 생각해봅시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통한 고객 충성도 강화"라는 BM을 설정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는 단순한 구매 기능 외에도 고객 데이터 분석, 추천 시스템, 리워드 프로그램 등 다양한 요소가 필요함을 의미할 것입니다.
**BA(Business Architecture)**는 이러한 BM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시스템 구조를 설계하는 단계입니다.
BM이 "무엇을"에 관한 것이라면, BA는 "어떻게"에 대한 설계입니다.
위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예시에서, BA는 사용자 데이터 수집 방식, 추천 알고리즘 적용 지점, 리워드 시스템의 작동 방식 등을 정의하게 될 것입니다.
금융 앱 프로젝트에서는 BM 단계에서 "자산 관리의 자동화를 통한 사용자 시간 절약"이라는 가치 제안을 정했고, BA 단계에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자동 입출금 분류, 예산 알림, 투자 추천 등의 구체적인 기능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BM과 BA의 관계는 마치 지도와 내비게이션의 관계와 비슷합니다. BM이 목적지를 정한다면, BA는 그곳에 도달하기 위한 구체적인 경로를 계획하는 것입니다.
기술 설계: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청사진
BM과 BA가 "무엇을" 만들지와 "어떻게" 작동할지를 정의했다면, 기술 설계(TA, DA, AA, IA)는 이를 실제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는 단계입니다.
**TA(Technical Architecture)**는 시스템의 기술적 기반을 설계합니다.
서버 구성, 네트워크 설계, 개발 환경, 보안 구조 등이 이 단계에서 결정됩니다.
클라우드 기반 B2B 서비스 프로젝트에서는 TA 단계에서 AWS 인프라 활용,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 적용, CI/CD 파이프라인 구축 등을 설계했습니다.
**DA(Data Architecture)**는 데이터의 구조와 흐름을 설계합니다.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저장하고, 어떻게 접근하며, 어떻게 분석할 것인지 결정합니다.
한 IoT 플랫폼 프로젝트에서는 DA 단계에서 시계열 데이터베이스 설계, 데이터 캐싱 전략, 실시간 분석 파이프라인 등을 정의했습니다.
**AA(Application Architecture)**는 애플리케이션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설계합니다.
프론트엔드와 백엔드의 상호작용, API 설계, 모듈 구성 등이 포함됩니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 프로젝트에서는 AA 단계에서 사용자 인증 모듈, 콘텐츠 관리 시스템, 학습 진도 추적 시스템 등의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IA(Information Architecture)**는 정보의 구조와 표현 방식을 설계합니다.
앱/웹에서 사용자가 정보를 어떻게 탐색하고 접근할지에 대한 설계입니다.
대규모 콘텐츠 플랫폼 리뉴얼 프로젝트에서는 IA 단계에서 콘텐츠 분류 체계, 검색 시스템, 네비게이션 구조 등을 재설계했습니다.
이러한 기술 설계들은 독립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치 인체의 각 시스템(순환계, 신경계, 소화계 등)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기술 설계의 각 요소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개발 단계: 청사진을 현실로 만들기
설계가 완료되면 본격적인 개발 단계로 들어갑니다.
이 단계에서는 디자이너, 프론트엔드 개발자, 백엔드 개발자, QA 엔지니어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협업하여 설계된 청사진을 실제 작동하는 제품으로 만들어냅니다.
화면 설계와 UI/UX 디자인은 이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IA를 기반으로 구체적인 화면 구성과 사용자 흐름을 설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각적 디자인을 완성합니다.
모바일 뱅킹 앱 개발 프로젝트에서는 화면 설계 단계에서 사용자 테스트를 통해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기능(잔액 확인, 송금, 거래내역 조회)을 메인 화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치했습니다.
개발 단계는 단순히 코드를 작성하는 것 이상의 과정입니다.
테스트, 피드백 반영, 최적화 등 제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포함됩니다.
실제 한 헬스케어 앱 프로젝트에서는 개발 과정 중 베타 테스터들의 피드백을 통해 초기 설계와 달리 심박수 측정 기능의 UI를 완전히 재설계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는 사용자들이 예상보다 더 자주 이 기능을 사용하며, 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원한다는 인사이트 때문이었습니다.
프로세스의 통합적 이해: 성공적인 앱/웹 개발의 핵심
지금까지 살펴본 개발 과정의 각 단계는 별개의 활동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된 흐름입니다.
각 단계는 서로를 지지하고 영향을 주며, 어느 한 단계가 약하면 전체 제품의 품질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가장 성공적인 프로젝트들은 BM에서부터 최종 개발까지 일관된 비전을 유지하면서도, 변화하는 상황과 피드백에 유연하게 대응한 경우입니다.
한 여행 앱 개발 프로젝트를 생각해 봅시다. BM 단계에서 "여행자들의 현지 경험 향상"이라는 가치 제안을 세웠고, 이는 BA에서 "위치 기반 추천 시스템"으로 구체화되었습니다. TA에서는 이를 지원하기 위한 지리 정보 시스템을 설계했고, DA에서는 위치 데이터와 사용자 선호도 데이터의 구조를 정의했습니다. AA에서는 추천 알고리즘의 적용 방식을, IA에서는 추천 정보의 표현 방식을 설계했습니다. 이러한 일관된 흐름이 최종적으로 사용자들에게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앱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앱과 웹 개발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기술적 지식을 넘어, 비즈니스 가치를 디지털 제품으로 구현하는 전체 여정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디지털 제품 개발은 결국 기술, 비즈니스, 디자인, 사용자 경험이 만나는 교차점에서 이루어지는 통합적 활동입니다.
이 복잡한 과정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단순한 앱이나 웹사이트가 아닌, 진정한 사용자 가치를 창출하는 디지털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Jay Kim
웹/앱 서비스기획 26년차
현대경제연구원 IT분야 전문 컨설턴트
프로필 http://bit.ly/3E1OGQB
프로젝트 문의: mailside@gmail.com (카카오톡, 지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