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들이 회원가입 과정이 너무 복잡하다고 피드백을 줬어요. 단계를 줄여야 할 것 같아요." 제품 관리자가 회의실에서 이렇게 말했을 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대부분은 즉시 회원가입 단계를 축소하는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할 겁니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정말 단계의 수에 있을까요? 아니면 그 이면에 더 근본적인 무언가가 있을까요?
피드백을 받았을 때 가장 쉽게 빠지는 함정은 사용자가 말한 것을 그대로 해결책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용자 피드백은 종종 문제의 표면만을 긁을 뿐, 진짜 아픔은 그 아래에 숨어 있습니다. 한 헬스케어 앱 리뉴얼 프로젝트에서 많은 사용자들이 "데이터 입력이 너무 많다"는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직관적인 해결책은 입력 필드를 줄이는 것처럼 보였지만, 심층 조사 결과 진짜 문제는 입력 양이 아니라 '왜 이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 부족이었습니다.
표면적 피드백과 잠재적 니즈
사용자 피드백은 얼음산과 같습니다. 우리가 직접 듣는 것은 수면 위로 드러난 일부에 불과하고, 진짜 중요한 부분은 수면 아래 숨겨져 있습니다. '너무 복잡하다', '사용하기 어렵다', '이 기능이 필요하다'와 같은 표현들은 단지 더 깊은 문제의 징후일 뿐입니다.
한 음식 배달 앱 프로젝트에서 사용자들은 "메뉴를 찾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불평했습니다. 초기 반응은 검색 기능을 개선하고 카테고리를 재구성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 행동을 분석하고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진짜 문제는 '의사결정의 어려움'이었습니다. 사용자들은 너무 많은 선택지 앞에서 결정 피로를 느끼고 있었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메뉴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발견을 바탕으로 단순히 탐색 구조를 개선하는 대신, '오늘의 추천' 기능과 이전 주문 기반 개인화된 제안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주문 전환율이 23% 증가했고 평균 결정 시간은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피드백 해석의 기술
사용자 피드백을 효과적으로 해석하기 위해 실무에서 유용했던 몇 가지 접근법을 공유해 본다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맥락 속에서 이해하기
피드백이 발생한 상황과 맥락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일한 "이 버튼을 찾기 어려워요"라는 피드백도 정보 탐색 과정에서 나온 것인지, 긴급한 작업 중에 나온 것인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한 금융 앱에서 사용자들이 송금 기능을 찾기 어렵다고 했을 때, 이것이 단순한 UI 문제가 아니라 '자주 사용하는 기능에 빠르게 접근하고 싶은 욕구'였음을 발견했습니다.
패턴 찾기
개별 피드백보다는 여러 피드백 간의 패턴에 집중하면 더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 교육 플랫폼에서 다양한 불만이 접수되었지만, 이들을 분석한 결과 '학습 진행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불안감'이라는 공통 원인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감정에 주목하기
사용자 피드백에는 종종 감정적 단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기능이 너무 짜증나요", "이걸 사용할 때마다 불안해요"와 같은 표현은 단순한 사용성 이슈 이상의 것을 시사합니다. 한 여행 앱 프로젝트에서 예약 화면에 대한 불만은 단순한 UI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결정에서 오는 불확실성과 불안감'이었음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 재정의" 효과
피드백을 통해 근본적인 니즈를 발견했다면, 다음 단계는 문제를 재정의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회원가입 단계가 너무 많다"는 피드백은 "사용자가 서비스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기 전에 너무 많은 투자를 요구한다"는 문제로 재정의될 수 있습니다.
한 생산성 앱 프로젝트에서 사용자들은 "데이터 동기화가 너무 느리다"고 불평했습니다. 이를 단순히 기술적 성능 문제로 볼 수도 있었지만, 심층 분석 결과 "사용자가 작업 연속성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다"는 더 근본적인 문제로 재정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실제 동기화 속도를 개선하는 것 외에도, 백그라운드 동기화와 시각적 피드백을 강화하여 사용자가 작업 중단 없이 디바이스를 전환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설계했습니다.
문제 재정의는 단순히 말장난이 아닙니다.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해결책의 방향과 범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검색 결과가 관련성이 낮다"는 문제는 알고리즘 개선에 초점을 맞추게 하지만, 이를 "사용자가 자신의 니즈를 정확히 표현하기 어렵다"로 재정의하면 검색어 제안, 필터링 옵션, 심지어 검색 외의 대안적 탐색 방법까지 고려 범위가 넓어집니다.
실제 적용 사례
이 접근법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한 가지 사례를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모 유틸리티 앱에서 사용자들은 지속적으로 "설정 메뉴가 너무 복잡하다"는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전통적인 접근법은 설정 항목을 줄이거나 카테고리를 재구성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피드백을 더 깊이 파고들기 위해 사용자 인터뷰와 사용 행동 분석을 실시했습니다. 흥미로운 패턴이 발견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특정 상황에서만 설정을 변경했고, 그것도 매우 제한된 항목만 조정했습니다. 실제로 설정 메뉴의 복잡성보다는 "특정 상황에서 필요한 설정을 빠르게 찾고 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진짜 문제였습니다.
이 통찰을 바탕으로 문제를 "사용자가 현재 맥락에 맞는 설정에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로 재정의했습니다. 그리고 해결책으로 다음과 같은 변화를 적용해 보았습니다:
- 앱 내 다양한 화면에서 해당 맥락과 관련된 설정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바로가기 추가
- 자주 변경하는 설정을 학습하여 "자주 사용하는 설정" 섹션 자동 구성
- 사용자의 행동 패턴에 기반한 설정 제안 시스템 도입
이러한 변화 후 설정 관련 지원 요청은 65% 감소했고, 사용자 만족도 지표는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사용자들이 더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전에는 설정 변경의 어려움 때문에 기본 설정에만 의존했던 많은 사용자들이 이제 앱을 자신의 필요에 맞게 맞춤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기획자의 역할 재정의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서비스 기획자의 역할은 단순히 사용자가 요청한 것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표면적인 요청 너머에 있는 진짜 니즈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이는 탐정과 같은 호기심, 심리학자와 같은 공감 능력, 그리고 철학자와 같은 문제 정의 능력을 요구합니다.
사용자 피드백을 받았을 때, 즉시 해결책을 찾아 뛰어들기보다 잠시 멈추고 그 이면에 있는 진짜 이야기를 찾아보는 습관을 들인다면 더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해결책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이것이 단순한 기능 구현자가 아닌 진정한 문제 해결자로서의 기획자의 차별점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피드백은 사용자가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그 편지의 글자만 읽을 것인가, 아니면 그 사이에 숨겨진 진심까지 읽어낼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입니다.
Jay Kim 웹/앱 서비스기획 26년차
현대경제연구원 IT분야 전문 컨설턴트
프로필 http://bit.ly/3E1OGQB
프로젝트 문의: mailside@gmail.com (카카오톡, 지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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