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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분석이 아닌 인사이트 발굴의 시간: 유의미한 벤치마킹 접근법

BasicPlan 2025. 4. 1.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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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분석. 서비스 기획자에게 이 단어는 때로는 의무적인 업무처럼 다가오곤 합니다. 엑셀 시트를 열고 기계적으로 타사 기능들을 나열하며 체크박스를 채워가는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죠. 그런데 실제로 이런 분석이 끝난 후, 그 방대한 데이터가 우리 서비스에 얼마나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왔나요? 한 금융 앱 리뉴얼 프로젝트에서 클라이언트는 "경쟁사 분석 보고서"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단순 기능 비교표는 진짜 필요한 통찰을 제공하지 못했고, 결국 방향성 설정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형식적인 벤치마킹을 넘어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까요?

 

단순한 기능 나열식 분석의 함정은 표면적인 결과물에만 집중한다는 점입니다. 타 서비스가 '무엇'을 제공하는지는 알려주지만, '왜' 그렇게 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는 주지 못합니다. 마치 요리책만 보고 요리를 배우려는 것과 같습니다. 레시피는 알려주지만, 재료의 특성이나 불의 세기 조절 같은 미묘한 기술은 알려주지 않죠. 벤치마킹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 모방이 아닌, 경쟁사 서비스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과 그것을 자사에 맞게 재해석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목적 중심의 벤치마킹 접근법

벤치마킹을 시작하기 전, 명확한 목적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경쟁사가 무엇을 하는지 알기 위해"라는 애매한 목표로는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금융앱 프로젝트로 돌아가 보면, 처음에는 광범위한 분석을 진행했지만 결과물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질문들을 설정했습니다.

 

"사용자 온보딩 과정에서 경쟁사들은 어떻게 복잡한 금융 정보를 쉽게 설명하는가?"

"자주 사용하는 기능에 대한 접근성을 어떻게 최적화하고 있는가?"

"사용자 경험을 해치지 않으면서 어떻게 크로스셀링을 유도하는가?"

 

이러한 구체적인 질문들은 단순한 기능 목록 비교가 아닌,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 방식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게 해줍니다. 마치 등산을 할 때 정상만을 목표로 하기보다 특정 경로의 난이도와 경치를 살펴보는 것과 같습니다. 목적지는 같을지 몰라도, 그곳에 도달하는 과정과 경험은 완전히 다를 수 있습니다.


표면 너머를 보는 심층 분석

의미 있는 벤치마킹은 단순히 '무엇'이 있는지를 넘어 '왜'와 '어떻게'에 집중합니다. 한 이커머스 플랫폼 분석에서 단순히 "위시리스트 기능 있음"이라고 체크하는 대신, 다음과 같은 관점으로 접근해 보았습니다.

 

"위시리스트 진입점이 상품 상세페이지에서 얼마나 눈에 띄는 위치에 있는가?"

"위시리스트에 추가한 후 사용자에게 어떤 피드백을 제공하는가?"

"위시리스트에 담긴 상품들을 어떻게 활용해 재방문과 구매를 유도하는가?"

 

이러한 심층 질문들은 단순한 기능 유무를 넘어 해당 기능이 전체 서비스 경험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는 마치 자동차를 분석할 때 단순히 부품 목록을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부품이 어떻게 작동하고 전체 주행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것과 같습니다.


맥락과 전략을 고려한 해석

모든 서비스는 고유한 비즈니스 맥락과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A 서비스의 성공 요소가 B 서비스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한 음악 스트리밍 앱 벤치마킹에서 발견한 사실이 있습니다. 대형 글로벌 플레이어는 방대한 음원 라이브러리와 정교한 알고리즘 기반 추천에 집중했지만, 신생 로컬 서비스는 제한된 큐레이션과 지역 특화 콘텐츠로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공했습니다.

 

두 서비스 모두 성공적이었지만, 그 접근 방식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기능만 모방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아마도 제한된 리소스로 거대 기업을 따라잡으려다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각 서비스의 전략적 맥락을 고려한 벤치마킹은 "어떤 기능이 좋은가"보다 "우리 서비스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어떤 접근이 적합한가"에 초점을 맞추게 합니다.


실질적인 벤치마킹 프레임워크

이론적 접근보다 실용적인 프레임워크가 필요합니다. 다음은 의미 있는 벤치마킹을 위한 구조화된 접근법입니다:

 

1, 목적 설정: 해결하려는 구체적인 문제나 질문을 명확히 정의합니다. "경쟁사 분석"이라는 광범위한 목표보다는 "모바일 앱에서 복잡한 설정 프로세스를 어떻게 단순화할 수 있는가"와 같은 구체적인 질문이 필요합니다.

2, 대상 선정: 직접적인 경쟁사뿐만 아니라, 유사한 문제를 해결한 다른 분야의 서비스도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금융앱 온보딩을 개선하고 싶다면 다른 금융앱뿐 아니라 복잡한 정보를 잘 전달하는 교육 앱이나 게임 튜토리얼도 살펴볼 가치가 있습니다.

3, 다차원 분석: 기능적 차원(무엇을), 구현 차원(어떻게), 경험 차원(어떤 느낌으로)을 모두 살펴봅니다. 기능의 존재 여부뿐 아니라, 그 기능의 구현 방식과 사용자 경험에 미치는 영향까지 분석합니다.

4, 맥락 이해: 각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 타겟 사용자, 시장 포지션 등을 고려합니다. 같은 기능이라도 다른 맥락에서는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인지합니다.

5, 통찰 도출: 단순한 비교표가 아닌, 실행 가능한 통찰을 도출합니다. "경쟁사 A는 이 기능이 있고, 우리는 없다"는 관찰보다는 "경쟁사 A의 이 접근 방식이 특정 사용자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며, 우리 서비스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적용해볼 수 있다"와 같은 통찰이 필요합니다.


보고서를 넘어선 실천적 활용

벤치마킹 결과물은 단순한 보고서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가치는 그 통찰을 실제 설계와 의사결정에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있습니다. 한 헬스케어 앱 프로젝트에서 경쟁사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 보았습니다.

 

사용자 퍼소나별 경쟁사 서비스 사용 여정을 시뮬레이션하고, 각 단계에서 얻은 통찰을 자사 서비스 설계에 반영했습니다. 경쟁사 서비스의 특정 기능이 아닌, 그 기능이 해결하려는 근본적인 사용자 니즈에 집중했습니다. 또한 경쟁사들이 공통적으로 놓치고 있는 기회 영역을 식별하여 차별화 포인트로 발전시켰습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벤치마킹을 단순한 분석 과정이 아닌, 서비스 혁신의 촉매제로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마치 요리를 배울 때 다른 셰프의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하기보다, 그 기술과 철학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것과 같습니다.

 

벤치마킹은 단순한 기능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작업이 아닙니다. 그것은 다른 서비스를 통해 배우고, 영감을 얻으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해결책을 발견하는 여정입니다. 다음번 경쟁사 분석을 진행할 때는, "무엇이 있는지"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말고, "왜 그렇게 했는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깊이 탐구해 본다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의견을 내 봅니다. 그럴 때 비로소 벤치마킹은 단순한 업무 프로세스가 아닌, 진정한 인사이트 발굴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Jay Kim
웹/앱 서비스기획 26년차
현대경제연구원 IT분야 전문 컨설턴트
프로필 http://bit.ly/3E1OGQB
프로젝트 문의: mailside@gmail.com (카카오톡, 지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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