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의 첫 화면을 열었을 때 사용자가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해한다면, 그 시스템은 이미 실패한 것입니다. 얼마 전 한 부동산 중개업체에서 기존 임대관리 시스템을 리뉴얼하겠다며 문의가 왔었습니다.
첫 미팅에서 그들이 보여준 현재 시스템 화면을 보니, 메인 메뉴만 해도 20개가 넘었습니다. 임대료 관리, 계약서 관리, 입주자 관리, 수리 관리, 회계 관리... 업무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메뉴도 늘어난 거겠지만, 정작 직원들은 매일 사용하는 기능이 어디 있는지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습니다.
**IA(Information Architecture)**는 단순히 메뉴를 정리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사용자의 업무 흐름과 사고 과정을 시스템 구조로 옮기는 번역 작업에 가깝습니다.
부동산 임대관리 시스템의 정보 구조 특성
부동산 임대관리 업무는 시간의 흐름과 관계의 복잡성이라는 두 가지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임대차 계약은 시작부터 종료까지의 생명주기가 있고, 그 과정에서 임차인, 임대인, 중개업체, 수리업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습니다.
한번 대형 오피스텔 관리업체의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담당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초기에는 기능별로 메뉴를 나누려고 했을 것입니다. '계약 관리', '임대료 관리', '수리 관리' 이런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실제 업무자들과 인터뷰를 해보니 그들의 사고 과정은 달랐을 것입니다. "301호에 문제가 생겼어. 뭐가 문제지? 임대료를 안 냈나? 아니면 시설에 이상이 있나?" 이들에게는 '호실'이 먼저이고, 그 다음에 '문제의 성격'이었습니다.
정보 구조 설계의 핵심은 시스템이 담아야 할 데이터의 관계가 아니라, 사용자가 생각하는 방식에 맞춰 정보를 조직하는 것입니다. 임대관리 시스템에서는 '물건(부동산) 중심'과 '업무 중심'의 두 가지 접근 방식이 혼재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용자 관점에서 본 정보 흐름
임대관리 업무를 하는 사람들의 하루를 관찰해보면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오늘 해야 할 일'입니다. 연체된 임대료가 있는지, 계약 만료가 임박한 방이 있는지, 처리해야 할 수리 요청이 있는지를 한 번에 파악하고 싶어합니다.
1단계: 현황 파악 - "오늘 내가 처리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2단계: 상세 조회 - "이 문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3단계: 처리 및 기록 - "어떻게 해결하고 기록으로 남길 것인가?"
이러한 업무 흐름을 반영한 IA 구조는 단순히 기능별 분류와는 다른 접근을 요구합니다. 사용자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정보와 가끔 필요한 정보, 그리고 설정성 정보를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스타트업의 원룸 중개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에서는 초기 설계 시 모든 기능을 동일한 레벨에 배치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하지만 베타 테스트 결과, 사용자들이 가장 자주 접근하는 '입금 확인' 기능과 한 달에 한 번 사용하는 '정산 보고서' 기능이 같은 위치에 있어 효율성이 떨어졌을 것입니다.
부동산 임대관리 IA 설계 샘플
실제 프로젝트에서 적용했던 IA 구조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구조는 업무의 시급성과 접근 빈도를 기준으로 3개 레이어로 구성했습니다.
레이어 1: 대시보드 (Daily Dashboard)
메인 대시보드
├── 오늘의 할 일
│ ├── 임대료 연체 알림 (긴급)
│ ├── 계약 만료 임박 (7일 이내)
│ └── 처리 대기 중인 요청사항
├── 빠른 조회
│ ├── 물건별 현황 검색
│ ├── 입주자별 현황 검색
│ └── 최근 활동 내역
└── 월간 요약 현황
├── 수입/지출 요약
├── 공실률 현황
└── 주요 지표 트렌드
레이어 2: 업무 관리 (Work Management)
임대차 관리
├── 계약 관리
│ ├── 신규 계약 등록
│ ├── 계약 갱신
│ ├── 계약 해지
│ └── 계약서 출력/관리
├── 임대료 관리
│ ├── 월 임대료 확인
│ ├── 입금 처리
│ ├── 연체 관리
│ └── 정산 및 송금
└── 입주자 서비스
├── 문의사항 처리
├── 수리 요청 관리
├── 공지사항 발송
└── 만족도 조사
레이어 3: 정보 관리 (Data Management)
부동산 정보
├── 물건 등록/수정
├── 방별 상세정보
├── 시설 관리 이력
└── 물건별 수익성 분석
회계 관리
├── 수입/지출 관리
├── 세무 관련 서류
├── 월별/연별 정산
└── 손익 분석
시스템 관리
├── 사용자 권한 설정
├── 알림 설정
├── 백업/복원
└── 시스템 로그 확인
이 구조에서 주목할 점은 사용 빈도에 따른 접근성의 차이입니다. 매일 확인해야 하는 정보는 메인 화면에서 바로 보이도록 하고, 주기적으로 필요한 업무는 2단계 메뉴로, 설정이나 관리성 업무는 3단계에 배치했습니다.
정보 구조의 유연성 확보
임대관리 시스템의 IA를 설계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확장성입니다. 초기에는 작은 규모로 시작했더라도, 관리 물건이 늘어나고 업무가 복잡해지면서 시스템 구조도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한 프롭테크 스타트업의 임대관리 솔루션 개발에서는 초기에 단순한 2레벨 메뉴 구조로 시작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하지만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대형 부동산 관리업체들이 고객으로 유입되었고, 그들의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를 수용하기 위해 IA 구조를 재설계해야 했을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존 사용자의 학습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새로운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역할 기반 커스터마이징'이었습니다. 같은 시스템이지만 사용자의 역할과 권한에 따라 보이는 메뉴와 정보의 깊이를 다르게 구성한 것입니다.
임대관리 담당자에게는 일상적인 업무 중심의 간소한 구조를, 관리소장에게는 전체 현황과 분석 정보 중심의 구조를, 사업주에게는 수익성과 투자 관련 정보 중심의 구조를 제공했습니다.
IA 설계 시 고려사항
정보 구조를 설계하면서 발견한 몇 가지 중요한 원칙들이 있습니다.
일관성 있는 분류 기준 적용: 같은 레벨의 메뉴들은 동일한 분류 기준을 따라야 합니다. '시간 기준'으로 나눈 메뉴와 '기능 기준'으로 나눈 메뉴가 혼재되면 사용자는 혼란을 느낍니다.
사용자의 멘탈 모델 반영: 시스템의 데이터 구조와 사용자의 사고 구조는 다를 수 있습니다. 데이터베이스에서는 '계약'과 '임대료'가 별도 테이블일 수 있지만, 사용자에게는 하나의 연관된 정보입니다.
예상 가능한 정보 위치: 사용자가 특정 정보를 찾을 때, 직관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위치에 배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사용자 인터뷰와 업무 관찰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한 중형 부동산 관리업체의 시스템 구축에서는 기존 엑셀 기반 업무 프로세스를 세밀하게 관찰했습니다. 그들이 엑셀 시트를 어떤 순서로 열어보는지, 어떤 정보를 먼저 확인하는지를 파악해서 IA 구조에 반영했더니 사용자 만족도가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모바일 환경 고려사항
최근에는 임대관리 업무의 상당 부분이 모바일에서 이루어집니다. 현장에서 즉시 처리해야 하는 업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모바일 환경에서의 IA는 PC 버전과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모바일 우선 정보 구조:
모바일 메인
├── 즉시 처리 (응급상황)
│ ├── 수리 요청 접수
│ ├── 임대료 입금 확인
│ └── 입주자 문의 답변
├── 오늘의 일정
│ ├── 방문 예정 일정
│ ├── 계약 관련 일정
│ └── 점검 일정
└── 빠른 조회
├── QR코드 스캔 조회
├── 전화번호로 검색
└── 주소로 검색
모바일에서는 즉시성과 간편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복잡한 메뉴 구조보다는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바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음성 인식이나 QR코드 같은 편의 기능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한 원룸 전문 관리업체에서는 모바일 앱의 메인 화면에 '긴급 신고' 버튼을 크게 배치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수도관 터짐, 화재 등 응급상황에서 즉시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런 작은 배려가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데이터 시각화와 정보 구조
임대관리 업무에서는 숫자와 현황 파악이 매우 중요합니다. 월별 수익률, 공실률, 연체율 등의 지표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하죠. 이런 정보들을 IA 구조 안에서 어떻게 배치할지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대시보드 정보 우선순위:
- 즉시 액션이 필요한 정보 (빨간색 경고)
-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할 정보 (노란색 주의)
- 참고용 현황 정보 (일반 정보)
한 부동산 투자회사의 포트폴리오 관리 시스템에서는 메인 대시보드에 '수익률 하락 경고'를 가장 상단에 배치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투자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보이기 때문에 다른 모든 정보보다 우선순위를 높게 둔 것입니다. 이런 우선순위 설정이 사용자의 업무 효율성을 크게 좌우할 것입니다.
사용자 권한별 정보 구조 차별화
같은 시스템을 사용하더라도 사용자의 역할에 따라 필요한 정보와 접근 권한은 다릅니다. 이를 IA 구조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역할별 메인 화면 구성:
현장 관리자: 오늘의 일정 → 긴급 처리사항 → 입주자 문의
회계 담당자: 입금 현황 → 연체 관리 → 정산 업무
사업 책임자: 수익성 지표 → 시장 동향 → 투자 분석
각 역할별로 가장 중요한 정보가 메인 화면에 바로 노출되도록 하고, 필요 없는 기능은 접근 자체를 제한하거나 하위 메뉴로 숨기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일전 대형 임대업체의 시스템에서는 현장 관리자가 회계 관련 메뉴에 접근할 수 없도록 권한을 설정했습니다.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는데, 사용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검색 기능과 정보 구조의 조화
복잡한 임대관리 시스템에서는 아무리 잘 정리된 메뉴 구조가 있어도 검색 기능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검색 기능이 IA 구조를 대체하는 것은 아닙니다. 둘이 서로 보완하면서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효과적인 검색 구조:
- 전역 검색: 시스템 전체에서 통합 검색
- 카테고리별 검색: 특정 영역 내에서만 검색
- 스마트 필터: 자주 사용하는 조건을 미리 설정
한 스마트홈 관리 플랫폼에서는 음성 검색 기능을 도입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102호 임대료 현황"이라고 말하면 바로 해당 정보로 이동하는 방식입니다. 모바일에서 특히 유용했을 것이고, 복잡한 메뉴 구조를 거치지 않고도 원하는 정보에 바로 접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속적인 개선의 필요성
완벽한 IA 구조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용자의 업무 패턴이 변하고, 비즈니스가 성장하면서 정보 구조도 함께 진화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입니다. 어떤 메뉴가 자주 사용되는지, 어떤 경로로 정보에 접근하는지, 어디서 사용자들이 헤매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구글 애널리틱스나 핫자(Hotjar) 같은 도구를 활용하면 사용자의 실제 행동 패턴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기별로 IA 구조를 점검하고 개선해 나간다면 사용자 경험은 지속적으로 향상될 것입니다.
개선 사이클:
- 데이터 수집: 사용자 행동 로그 분석
- 문제점 식별: 비효율적인 정보 구조 발견
- 개선안 설계: 새로운 IA 구조 제안
- 테스트 및 적용: A/B 테스트를 통한 검증
- 효과 측정: 개선 후 사용성 평가
이런 지속적인 개선 과정을 통해 시스템은 사용자의 변화하는 니즈에 맞춰 계속 발전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임대관리 시스템의 IA 설계는 사용자의 업무 흐름을 깊이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기술적 완성도나 화려한 기능보다는, 매일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가치입니다. 정보의 바다에서 사용자가 길을 잃지 않도록 안내하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좋은 IA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Jay Kim 웹/앱 서비스기획 26년차
현대경제연구원 IT분야 전문 컨설턴트
프로필 http://bit.ly/3E1OGQB
프로젝트 문의: mailside@gmail.com (카카오톡, 지메일)
'앱.웹 기획 > 03. IA 정보구조 설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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