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우 작성시 개발방법론대로 작성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
서비스 기획에서 플로우를 작성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정석대로 해야 한다"는 부담감일 겁니다. 특히 개발방법론을 공부하신 분들이라면 더욱 그럴 텐데요, 과연 기획자는 항상 정해진 개발방법론을 따라야 할까요?
개발방법론은 도구일 뿐, 목적이 아닙니다. 이 말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한 번은 대형 금융 프로젝트에서 워터폴 방식으로 6개월간 문서만 작성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방법론대로 진행되었지만, 결과물은 어땠을까요? 실제 사용자의 니즈와는 동떨어진 서비스가 탄생했습니다.
반면 스타트업에서는 방법론 같은 건 던져버리고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사용자 반응을 보고 수정해 나갔던 경험도 있습니다. 이 접근법은 훨씬 효율적이었고, 사용자가 정말 원하는 것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개발방법론을 융통성 있게 활용해야 하는 이유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프로젝트와 팀의 특성이 모두 다릅니다. 대규모 엔터프라이즈 프로젝트와 빠른 출시가 필요한 스타트업 서비스는 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수 없습니다. 팀의 규모, 구성원의 경험, 기술 스택 등에 따라 최적의 접근법이 달라집니다.
둘째, 사용자 니즈는 계속 변화합니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는 트렌드와 사용자 행동이 빠르게 변합니다. 엄격한 방법론을 고수하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셋째, 방법론 자체도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워터폴에서 애자일로, 그리고 다양한 하이브리드 접근법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어떤 한 가지 방법론만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실제 플로우 작성 시 유연한 접근법의 예시를 살펴봅시다.
한 번은 제가 맡았던 소셜 커머스 프로젝트에서 상품 주문 플로우를 설계할 때였습니다. 기존 개발방법론대로라면 요구사항 정의서부터 시작해서 단계별로 문서를 작성해 나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팀은 다른 접근법을 택했습니다. 먼저 사용자가 실제로 어떻게 쇼핑하는지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빠르게 종이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습니다. 사용자들에게 이 프로토타입으로 쇼핑을 시뮬레이션하게 한 후, 그 피드백을 바탕으로 플로우를 수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개발팀과의 소통도 더 원활해졌습니다. 긴 문서보다 시각화된 플로우가 훨씬 이해하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결국 출시 시간을 단축하면서도 사용자 만족도가 높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유연한 플로우 작성을 위한 실용적 팁을 공유해 드리고 싶습니다.
목적 중심으로 생각하세요. 방법론은 수단일 뿐, 목적은 사용자 문제 해결입니다. "이 플로우가 사용자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가?"라는 질문을 항상 염두에 두세요.
팀과 공감대를 형성하세요.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면 아무리 좋은 방법론도 소용없습니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플로우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용자 중심의 검증을 하세요. 문서 작업만으로는 실제 사용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가능한 빨리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사용자에게 테스트해보세요.
도구에 집착하지 마세요. 고급 프로토타이핑 도구가 없어도 종이와 펜으로도 충분히 효과적인 플로우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도구가 아닌 사고방식입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가장 효과적인 기획자는 방법론의 노예가 아닌 마스터입니다.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방법론을 선택하고 조합할 줄 아는 사람이죠.
실제로 한 프로젝트에서는 애자일의 스프린트 구조를 가져오되, 중요한 기능에 대해서는 상세한 스토리보드를 미리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거의 '제로 문서' 접근법을 택하고 대신 팀 내 직접 소통을 강화했습니다. 둘 다 성공적이었습니다. 왜냐고요? 각 프로젝트의 상황과 필요에 맞췄기 때문입니다.
플로우 작성에 있어 개발방법론은 레시피와 같습니다. 요리사가 레시피를 참고하되 재료와 상황에 맞게 조리법을 조정하듯, 기획자도 방법론을 참고하되 프로젝트와 팀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서비스 기획의 핵심은 결국 '사용자를 이해하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방법론은 도구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플로우 작성 시 개발방법론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프로젝트의 특성과 목표에 맞게 유연하게 접근한다면 더 효과적인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어떤 접근법이 가장 적합할지 고민해보시길 권합니다.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오직 여러분의 상황에 맞는 최선의 방법만이 있을 뿐입니다.
Jay Kim
웹/앱 서비스기획 26년차
현대경제연구원 IT분야 전문 컨설턴트
프로필 http://bit.ly/3E1OGQB
프로젝트 문의: mailside@gmail.com (카카오톡, 지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