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기획 이야기

애자일, 스크럼, 스프린트는 왜 잘 되지 않을까? 심층 분석

BasicPlan 2025. 3. 13. 16:57

애자일, 스크럼, 스프린트라는 말은 요즘 어디서나 들립니다. 이 방법들이 불확실한 환경에서 문제를 풀기 위해 나온 개념이라는 건 알겠는데, 현장에서 기대만큼 잘 안 되는 이유가 뭘까 늘 궁금했습니다. 노나카와 다케우치가 말했던 "불확실성 속 창조적 조직"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제가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 본질과 현실의 간극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애자일과 스크럼, 원래는 어땠을까?

애자일은 계획이 너무 없거나 너무 많은 극단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방법입니다. 애자일 선언문을 보면 그 핵심이 더 분명해집니다. 공정과 도구보다 사람 간 소통을, 문서보다 작동하는 결과를, 계약보다 고객과의 협력을, 고정된 계획보다 변화에 맞추는 걸 중시합니다.

 

이건 불확실한 세상에서 빠르게 움직이기 위한 접근입니다. 예전엔 문서 작업에 몇 달을 쓰다 보면 시장이 이미 바뀌어 있더군요. 요즘은 SNS 덕에 트렌드가 금방 변하고, 글로벌 시장도 워낙 다양해서 속도와 유연함이 더 필요하다는 걸 느낍니다.

 

스크럼은 럭비에서 따온 이름처럼, 팀이 뭉쳐서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입니다. 제품 백로그로 할 일을 정리하고, 스프린트라는 짧은 주기로 나눠서 실제로 쓸 수 있는 걸 만들어냅니다. 일일 스크럼 회의는 팀이 머리를 맞대고 배운 걸 나누는 자리입니다. 원래는 이런 식으로 학습하며 나아가는 게 목표였습니다.

 

 

현장에서 왜 삐걱거릴까?

현실에서는 이 좋은 뜻이 잘 안 먹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겪은 몇 가지 이유를 풀어볼게요.

  1. 형식만 남은 애자일
    한 팀에서 스탠드업 미팅을 매일 했는데, 그냥 “어제 뭐 했고, 오늘 뭐 할 건지” 기계적으로 말하는 시간이 됐습니다. 관리자가 체크하는 분위기가 되니까, 팀원들 창의성이나 자율성은커녕 숨 막히는 느낌만 들더군요. 애자일의 본질은 사라지고 겉모습만 남은 셈입니다.
  2. 너무 잘하려다 오히려 망친 경우
    애자일을 완벽히 지키려다 보니, 오히려 “변화에 대응하기”라는 핵심이 흐려진 적도 있습니다. 한 프로젝트에서 스프린트 계획을 너무 철저히 짜느라, 중간에 시장이 바뀌었는데도 고집을 부렸어요. 결국 고객 의견 반영이 늦어졌죠. 방법론에 매달리다 보니 정작 중요한 걸 놓친 겁니다.
  3. 달리지 않는 스프린트
    스프린트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상 주간 보고로 끝난 적이 있습니다. 한 팀에서 백로그도 없이 그냥 기존 할 일 목록을 쭉 점검했어요. 스프린트 끝에 쓸 수 있는 결과물이 안 나오니까, 전통적인 방식에 이름만 바꾼 꼴이 됐습니다. 제대로 달리려면 명확한 목표와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4. 회의만 쌓이는 스크럼
    일일 스크럼이 점점 길어지면서 문제 해결보다 보고 시간이 됐던 적이 있습니다. 한 번은 3시간 넘게 회의했는데, 다음 날 또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더군요. 공유한 아이디어가 문서나 개발에 남지 않으니 시간만 낭비됐습니다. 원래는 짧고 효율적으로 소통하는 자리여야 했는데, 그걸 잊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5. 조직 분위기와의 충돌
    애자일은 자유롭고 협력적인 분위기를 전제로 합니다. 근데 위에서 통제하려는 문화가 강한 곳에서는 힘들더군요. 한 회사에서 경영진이 “애자일 하자”고 했지만, 팀에 자율성을 안 주니까 형식만 남았습니다. 문화가 안 바뀌면 아무리 좋은 방법도 겉돌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6. 기획과 책임의 문제
    한국에서는 제품 오너가 결정을 내리기보다 요구사항만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프로젝트에서 기획자가 화면 설계만 하고, 제품의 큰 그림은 빠졌어요. 그러다 보니 빠른 결정과 적응이 안 되고, 기능 쌓기에만 급급했습니다. 비전이 흐려지면 애자일의 힘도 약해진다는 걸 느꼈습니다.
  7. 품질을 놓친 속도
    빨리 가려다 코드 품질이나 테스트를 소홀히 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속도가 나왔지만, 나중엔 기술 부채 때문에 더 느려졌어요. 한 팀에서 버그가 쌓여서 스프린트마다 고치는 데만 시간을 썼습니다. 단기 속도와 길게 갈 품질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 될까?

이렇게 삐걱거리는 걸 보면서, 잘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1. 본질을 붙잡습니다
    형식보다 애자일이 원래 추구한 가치를 살리는 게 중요합니다. 고객과 협력하고, 변화에 맞추고, 팀의 자율성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2. 문화부터 바꿉니다
    애자일은 자유로운 토양에서 잘 자랍니다. 위에서 믿고 맡기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리더가 같이 뛰어들지 않으면 어렵다는 걸 알았습니다.
  3. 제품 중심으로 갑니다
    기획이 화면 그리기로 끝나면 안 됩니다. 제품 오너가 비전을 그리고, 우선순위를 정할 힘이 있어야 합니다. 한 번은 기획자가 방향을 잡아주니까 팀 전체가 속도를 냈던 적이 있습니다.
  4. 실험하며 배웁니다
    완벽한 계획 대신 작은 실험을 해보고 배우는 게 낫습니다. 일일 스크럼도 보고가 아니라, 진짜 배우고 나누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5. 기술 기반을 다집니다
    지속적인 테스트와 코드 관리를 안 하면 무너집니다. 한 팀에서 자동화 테스트를 도입했더니 나중에 수정이 훨씬 쉬웠어요. 길게 가려면 이런 기반이 필수입니다.
  6. 현실적인 목표를 잡습니다
    스프린트마다 쓸 수 있는 결과물을 내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팀이 할 수 있는 만큼만 계획하니까 오히려 성과가 나더군요.

 

결국 중요한 건

애자일, 스크럼, 스프린트는 단순한 방법이 아니라, 불확실한 세상에서 가치를 빠르게 만드는 사고방식입니다. 근데 형식에 치우치다 보면 그 정신을 놓치기 쉽습니다. 제가 겪어본 바로는, 문서보다 대화, 계획보다 적응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핵심입니다.

 

노나카와 다케우치가 말했던 “불확실성 속 창조적 조직”이라는 글.  그 본질로 돌아가면, 애자일이 약속한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의 현장에서도 이런 고민이 작은 실마리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