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 스크럼, 스프린트는 왜 잘 되지 않을까? 심층 분석
애자일, 스크럼, 스프린트라는 말은 요즘 어디서나 들립니다. 이 방법들이 불확실한 환경에서 문제를 풀기 위해 나온 개념이라는 건 알겠는데, 현장에서 기대만큼 잘 안 되는 이유가 뭘까 늘 궁금했습니다. 노나카와 다케우치가 말했던 "불확실성 속 창조적 조직"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제가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 본질과 현실의 간극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애자일과 스크럼, 원래는 어땠을까?
애자일은 계획이 너무 없거나 너무 많은 극단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방법입니다. 애자일 선언문을 보면 그 핵심이 더 분명해집니다. 공정과 도구보다 사람 간 소통을, 문서보다 작동하는 결과를, 계약보다 고객과의 협력을, 고정된 계획보다 변화에 맞추는 걸 중시합니다.
이건 불확실한 세상에서 빠르게 움직이기 위한 접근입니다. 예전엔 문서 작업에 몇 달을 쓰다 보면 시장이 이미 바뀌어 있더군요. 요즘은 SNS 덕에 트렌드가 금방 변하고, 글로벌 시장도 워낙 다양해서 속도와 유연함이 더 필요하다는 걸 느낍니다.
스크럼은 럭비에서 따온 이름처럼, 팀이 뭉쳐서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입니다. 제품 백로그로 할 일을 정리하고, 스프린트라는 짧은 주기로 나눠서 실제로 쓸 수 있는 걸 만들어냅니다. 일일 스크럼 회의는 팀이 머리를 맞대고 배운 걸 나누는 자리입니다. 원래는 이런 식으로 학습하며 나아가는 게 목표였습니다.
현장에서 왜 삐걱거릴까?
현실에서는 이 좋은 뜻이 잘 안 먹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겪은 몇 가지 이유를 풀어볼게요.
- 형식만 남은 애자일
한 팀에서 스탠드업 미팅을 매일 했는데, 그냥 “어제 뭐 했고, 오늘 뭐 할 건지” 기계적으로 말하는 시간이 됐습니다. 관리자가 체크하는 분위기가 되니까, 팀원들 창의성이나 자율성은커녕 숨 막히는 느낌만 들더군요. 애자일의 본질은 사라지고 겉모습만 남은 셈입니다. - 너무 잘하려다 오히려 망친 경우
애자일을 완벽히 지키려다 보니, 오히려 “변화에 대응하기”라는 핵심이 흐려진 적도 있습니다. 한 프로젝트에서 스프린트 계획을 너무 철저히 짜느라, 중간에 시장이 바뀌었는데도 고집을 부렸어요. 결국 고객 의견 반영이 늦어졌죠. 방법론에 매달리다 보니 정작 중요한 걸 놓친 겁니다. - 달리지 않는 스프린트
스프린트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상 주간 보고로 끝난 적이 있습니다. 한 팀에서 백로그도 없이 그냥 기존 할 일 목록을 쭉 점검했어요. 스프린트 끝에 쓸 수 있는 결과물이 안 나오니까, 전통적인 방식에 이름만 바꾼 꼴이 됐습니다. 제대로 달리려면 명확한 목표와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 회의만 쌓이는 스크럼
일일 스크럼이 점점 길어지면서 문제 해결보다 보고 시간이 됐던 적이 있습니다. 한 번은 3시간 넘게 회의했는데, 다음 날 또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더군요. 공유한 아이디어가 문서나 개발에 남지 않으니 시간만 낭비됐습니다. 원래는 짧고 효율적으로 소통하는 자리여야 했는데, 그걸 잊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 조직 분위기와의 충돌
애자일은 자유롭고 협력적인 분위기를 전제로 합니다. 근데 위에서 통제하려는 문화가 강한 곳에서는 힘들더군요. 한 회사에서 경영진이 “애자일 하자”고 했지만, 팀에 자율성을 안 주니까 형식만 남았습니다. 문화가 안 바뀌면 아무리 좋은 방법도 겉돌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 기획과 책임의 문제
한국에서는 제품 오너가 결정을 내리기보다 요구사항만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프로젝트에서 기획자가 화면 설계만 하고, 제품의 큰 그림은 빠졌어요. 그러다 보니 빠른 결정과 적응이 안 되고, 기능 쌓기에만 급급했습니다. 비전이 흐려지면 애자일의 힘도 약해진다는 걸 느꼈습니다. - 품질을 놓친 속도
빨리 가려다 코드 품질이나 테스트를 소홀히 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속도가 나왔지만, 나중엔 기술 부채 때문에 더 느려졌어요. 한 팀에서 버그가 쌓여서 스프린트마다 고치는 데만 시간을 썼습니다. 단기 속도와 길게 갈 품질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 될까?
이렇게 삐걱거리는 걸 보면서, 잘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 본질을 붙잡습니다
형식보다 애자일이 원래 추구한 가치를 살리는 게 중요합니다. 고객과 협력하고, 변화에 맞추고, 팀의 자율성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 문화부터 바꿉니다
애자일은 자유로운 토양에서 잘 자랍니다. 위에서 믿고 맡기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리더가 같이 뛰어들지 않으면 어렵다는 걸 알았습니다. - 제품 중심으로 갑니다
기획이 화면 그리기로 끝나면 안 됩니다. 제품 오너가 비전을 그리고, 우선순위를 정할 힘이 있어야 합니다. 한 번은 기획자가 방향을 잡아주니까 팀 전체가 속도를 냈던 적이 있습니다. - 실험하며 배웁니다
완벽한 계획 대신 작은 실험을 해보고 배우는 게 낫습니다. 일일 스크럼도 보고가 아니라, 진짜 배우고 나누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 기술 기반을 다집니다
지속적인 테스트와 코드 관리를 안 하면 무너집니다. 한 팀에서 자동화 테스트를 도입했더니 나중에 수정이 훨씬 쉬웠어요. 길게 가려면 이런 기반이 필수입니다. - 현실적인 목표를 잡습니다
스프린트마다 쓸 수 있는 결과물을 내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팀이 할 수 있는 만큼만 계획하니까 오히려 성과가 나더군요.
결국 중요한 건
애자일, 스크럼, 스프린트는 단순한 방법이 아니라, 불확실한 세상에서 가치를 빠르게 만드는 사고방식입니다. 근데 형식에 치우치다 보면 그 정신을 놓치기 쉽습니다. 제가 겪어본 바로는, 문서보다 대화, 계획보다 적응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핵심입니다.
노나카와 다케우치가 말했던 “불확실성 속 창조적 조직”이라는 글. 그 본질로 돌아가면, 애자일이 약속한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의 현장에서도 이런 고민이 작은 실마리가 되길 바랍니다.